작가의 괴로움을 덤덤하고 진솔되게 전달하는 독백
읽기전
자신의 지난 인생을 반성하는 자조적 소설
'인간 실격'이라는 책을 집어들었으나
내 눈에는 책 제목이 인간 (쓰레기)로 보였다.
지난날의 범법행위와 인간성을 저버린 행동들을 고백하며,
"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 라는 문구로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인드 헌터
서문에서 한 인물의 사진 세 장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유년시절. 청년시절.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는 피폐해진 남자의 사진.
웃고있으나 사람다움을 느낄 수 없는 섬뜻하다고 표현하며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묘사하는 듯 하다.
범죄자들의 패턴이나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영화 혹은 다큐가 떠올랐다.
웃는다는 감정을 몰라, 어색한 웃음을 짓는 이 소년이
일생동안 저지르는 범죄행위들이 나올 것 같은 시작이었다.
읽으면서
철이 빨리들어버린 어린아이에 대한 동정
위에서 서술하였듯, 주인공에 대해서 사이코패스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시작하였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텅 비어버린 자신을 소개할때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익살꾼이라 표현하며 덤덤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점점 동정심이 들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어울리기 위해 억지로 익살스러운 사람을 연기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지금 우리도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사회생활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들을 하고있다.
'페르소나' 혹은 '가면을 쓴다' 라고 하는 것들이 대학, 사회로 나가며 점점 늘어가고있지만
이 책에서 주인공은 아직 어린아이다.
세상을 솔직하고 순수하게 바라보며 표현할 수 있는 예쁜나이에
철이 일찍들어버린, 머리가 빨리 커버린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만이 남았다.
자신의 인간 실격에 대한 고백이 아닌
인간 불신에 대해 얘기하는 철이 빨리든 어린아이의 이야기였다.
심리학적 접근
사춘기 때 겪어야할 성장통을 벌써 겪어버린 아이는 치료되지 못하고 참으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몇 가지 구문에서 이를 알 수 있는데
겁쟁이는 행복마저 두려워한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받는다.
행복에 상처를 받을수도 있기에 이레 짐작해 두려워한다.
상처를 받을까봐 다른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만
그럴수록 남들은 나를 더 좋아해주고
좋아해주면 두려워진다.
겉으로는 밝고 익살스러운 사람이지만, 내면에 상처들은 그대로 쌓여있었다.
요즘에는 미디어에서 공황 장애, 우울증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많이나오고
'금쪽같은 내 새끼', '금쪽 상담소' 등 상담 심리와 마음 건강에 대한 내용도 자주 보인다.
이제는 이런 주제들을 얘기하기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었고
실제로 치료 접근성도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주인공에 대해 자연스럽게
'스마을 마스크 증후군' 이나 '회피성 성격 장애', '착한아이 증후군', '가면 우울증' 같은 내용이 떠오를 정도니 말이다.
안타까웠다.
요즘 시대에서면 본인이 잘못하지 않았고,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단순 마음의 병으로 치료만 하면 상황이 얼마든지 좋아졌을텐데.. 하고 말이다
심연까지 바라본 자기 고백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당시에 감정을 이정도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나? 라는 소름끼침과
순간의 심리묘사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얘기할 수 있다고? 라는 의구심이 동시에 든다.
너무나도 섬세한 심리묘사에 소설이 아닌것 같은 느낌을 받아
작가의 이력을 검색해보았고, 자라온 환경이나 동반자살 시도 같은점에서 작가의 얘기를 하고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감정과 심리를 심연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보고, 밑바닥까지 표현한 점과
덤덤하게 애기하는 자기고백적 문체가 굉장히 인상적인 책이다.
인간 혐오와 실격 통보
초반부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상처줄 것이 두려워 자신을 감추고, 피하는 느낌이었다.
'인간'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마치 자신과의 이질감을 다른 종족 보듯이 표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바뀌고
그에따라 변해버리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인간 혐오의 감정으로 바뀌어간다.
변해버린 넙치와 호리키의 태도에서 실망만이 남았고
주인공은 자기 파괴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이 책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본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대로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만다.
이때까지 남들과 '다르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되면서 남들에게 인간자격의 실격을 통보받는다.
민폐, 죄인에서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책의 제목이 '인간 실격'인 이유이며, 그 충격량은 여태 살아온 일생과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였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주인공은 진정한 폐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인간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읽고나서
보통 리뷰를 마무리할때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지 파악하며 느낀점을 적는다.
등장인물의 심리, 상징적 행동, 물건들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갈수록, 특별한 의미를 지닌 행동이나 물건들은 잘 보이지않고
그저 덤덤하게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갈 뿐이다.
작가는 실제로 이후에 자살하여 사망한다.
이 책을 써나갈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힘듦을 알아달라고 소리치는 책이었을까.
살아온 흔적을 남기기 위한 책이었을까.
아니라면 삶의 괴로움마저 문학적 소재로 사용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