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노인과 친구들의 유쾌한 반란!?
읽기전
업?
책의 표지그림을 보고서는 영화 '업'이 떠올랐다.
표지에서 '노인'과 '여행', '일탈'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도, 모종의 이유로 참아왔던 자신의꿈을
늦게나마 펼치려는 100세 노인의 모험! 이라는 책 내용을 예상하고 첫 장을 펼쳤다.
읽으면서
이 책에서 가장 기억남는 것은 특정 장면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의 독특함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구성
첫 장에서는 100세 노인이 창문을 탈출하면서 갱단과 얽히는 내용이 2005년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주인공 '알란'이 태어난 1905년의 내용이 전개된다.
또 다음 장면에서는 갱단과 얽히고 난 장면부터 그대로 내용을 이어간다.
현재의 '알란'에게 발생하는 사건과 과거 '알란'에 대해 교차적으로 서술하다보니
일관성이 없었고,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었다.
비슷한 표현 방식?
읽으며 표현방식에 익숙해질 때쯤, 머릿속에서 영화 '메멘토'가 떠올랐다.
메멘토에서는 10분만 기억하는 단기기억증 환자가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진 후에, 문신을 통해 그 사건을 기억하려는 주인공의 역행적인 시점과
사건의 발생 전부터 사건을 향해가는 전지적 시점이 교차적으로 편집되어 보인다.
처음에는 멀리 떨어져있어 무슨 의미인가 싶던 전개방식이
역행하던 시점과, 과거로부터의 진행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고조되고 결말에 대한 충격을 몇 배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 읽었던 '소피의 세계'도 특이한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은 유사하게 진행되었지만,
소설 책속에서 진행되는 소피와 그걸 보는 힐데의 두가지 관점이 있다.
무슨 사건이 일어나고있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모르고
독자만 알고있는 정보의 불균형 속에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긴장감을 증폭시켜주었다.
그럼... 이 책은 왜??
위의 두 책은 전개방식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작가는 무슨 말을하고자 이런 방식을 사용했을까?
물론 주인공 '알란'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긴 했다.
첫 장면에서 100세노인이 뜬금없이 창문을 넘고 모험을 시작한 것에 의문이 생겼을 것이다.
알란이 살아온 과거장면을 통해 캐릭터성과 주인공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기위해 책의 절반이나 소모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과거이야기를 재밌게 봐놓고선 '소모'라는 표현은 좀 과하지만
그만큼 작가의 의도를 느끼기 힘든 전개방식이었다.
읽고나서
왜 인기가 있었을까?
이전 책 리뷰들에서도 작성 했듯이, 베스트셀러를 선호해 이 책을 골랐다.
하지만 읽고 나서도, 이거다! 하는 인기있는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물론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하지만 한줄 요약에서 적었던 것 처럼
"100세 노인과 친구들의 유쾌한 반란!" 이라는 킬링타임 영화를 한편 본 느낌이었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영화로도 있는 책이었지만
영화때문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기보다는, 책이 유명해서 영화로도 제작된 것이 맞을것이다.
나름대로 왜 인기있을까를 고민해보았다.
먼저 알란이 과거를 회상할 때 세계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각국 지도자들의 실명이 나왔을 때.
이를 매개채로 하여 현실과 소설의 벽이 무너지며
마치 알란이라는 인물이 실제 있었던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다.
또 100세 노인이라는 점과 벌이는 일들의 스케일간에 괴리가 있다.
돈도 명예도 필요없고, 단지 술 한잔만 있으면 된다며 낙천적으로 행동하는 알란에게서
100세 노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될 놈은 뭘해도 되는지, 모든일이 잘풀리고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알란에게, 현대사회가 대리만족을 느꼈던게 아닐까?
인생은 100세부터?
세계 각국을 다니며, 2차 세계대전의 산 증인처럼 살아온 알란이지만
가장 재밌는 일은 100세부터 벌어진다.
스포츠에서 에이징 커브란 말이 있듯이, 인생에도 하락이 시작되는 변곡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30대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안정을 추구하고 미래를 생각해야하는 나이인가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굳이? 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멀리서 본다면 순간의 하락일뿐,
상승의 시작은 당장 내일부터일 수도 있다.
인생 다 산것처럼, 벌써 안정만을 추구하는게 맞을까?